AI 아트 경매, 창작의 의미를 바꾸나?
세계적인 경매사 크리스티가 최초로 인공지능(AI) 아트만을 위한 경매를 개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예술가들은 AI 아트가 창작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예술의 개념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AI가 창작할 수 있는가?
최근 19년 동안 작업했던 아틀리에에서 나와야 했던 도예가 한넬로어 랑한스는 AI가 자신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독일 칼스루에에 위치한 마욜리카 도자기 공방이 재정난으로 폐업하면서 그녀를 포함한 여러 예술가들이 작업 공간을 잃었다. 전통 도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정부 지원까지 끊기면서, 150년 역사의 공방은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세상은 변하는 법”이라며 그녀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받은 이메일이 그녀의 생각을 바꿨다. 크리스티가 AI 아트만을 위한 경매를 연다는 소식이었다. 이에 대해 랑한스는 “이건 잘못됐다”며 즉각 반응했다. 그녀를 포함한 6,000명 이상의 예술가들이 공개 서한을 통해 해당 경매의 중단을 요구했다. 그들의 핵심 주장: AI 아트는 예술가들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착취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AI 기반 창작 기술이 발전하면서 창작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AI 아트의 등장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예술과 창의성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혁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I 아트, 예술의 개념을 바꾸는가?
랑한스는 오랜 예술 활동을 통해 예술의 가치는 인간이 ‘머리와 손으로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믿음이 점차 흔들리고 있다. 그녀는 “내가 AI 때문에 당장 일을 잃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AI 기술을 훨씬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술의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목격했다.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조각들이 등장하면서, 과거에는 수년이 걸렸을 대형 조각이 단 며칠 만에 완성되기도 했다. 랑한스는 이러한 변화가 놀라웠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런 기술이 예술의 본질을 바꿀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녀가 작업했던 마욜리카 공방에서도 3D 프린팅이 도입됐다. 당시에는 흥미로운 시도로 보였지만, 결국 손으로 만든 작품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다. “손으로 만든 작품을 정당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고, 결국 공방도 사라졌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AI 아트는 ‘빈 껍데기’일 뿐인가?
랑한스는 AI 아트가 창작의 본질을 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AI가 만든 작품에는 인간의 정신적 영감이 없다. 그것은 단순한 데이터의 조합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녀뿐만 아니라, AI 아트에 반대하는 예술가들은 현재의 AI 모델이 기존 예술가들의 작품을 무단으로 학습하여 생성된다고 지적한다. AI가 만들어낸 작품은 기존 예술가들의 창작물을 데이터로 사용했지만, 원작자들은 이에 대한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이번 공개 서한의 가장 큰 논점이다.
일부 예술가들은 AI 아트가 새로운 창작 방식 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반대하는 이들은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도둑질”이라고 반박한다.
AI는 예술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인간이 창조한 작품과 AI가 만들어낸 작품의 경계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크리스티의 AI 아트 경매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현대 예술의 본질을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